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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ords/아저씨의 하루

중년의 디자이너

2000년대 초반인 것 같다.  경제가 조금씩 회복기를 맞이하고 삶의 질이란 것이 우리 생활에 중요한 시점이 되고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라는 개념들이 우리생활에 조금씩 자리잡기 시작했다. 아파트에도 이름이 생겨서 어떤 아파트가 좋고 나쁘네 이런 말들이 나오고 기업은 브랜드라는 개념을 도입하기 위해 디자인이라는 무기를 들고 많은 아름다운 것들을 생산함으로써 사람들을 유혹하기도 했다.

그 후로 10년이 흐르고, 사람들은 브랜딩이라는 것에 알게 되고, 디자인은 더 이상 우리를 시장에서 현혹할 만한  강력한 무기가 되지 못했다. 10년이라는 시간동안 수 없이 신설된 대학의 디자인과는 업계가 감당할 수 없는 졸업생 수를 배출하기 시작했고, 디자인 붐은 이제 꺼지고 있는 상황되었다.

또한, 기술의 발전은 전문 디자이너가 할 수 있는 영역을 조금씩 침범하거나, 디테일을 신경안쓰거나 조금이나마 돈을 아끼기 위해서 스스로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직접 해볼 수 있는 범위까지 확대시켜 놓았다.

미래를 위한 산업구조의 변화를 생각해볼 때 지금의 시점에서 디자인은 필요는 하지만 우선순위에서 많이 밀려나 있다. 산업계는 우리생활을 아름답게 보이는 디자인이 아니라 생활을 변화시킬 기술을  필요로 하는 시대가 되었다.  미국의 수 많은 벤처기업들이 기술을 베이스로 해서 생겨났는데,  새로운 기술은 하루 이틀만에 되는 것이 아니라 축적된 학습과 테스트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거라, 우리가 진정으로 새로운 산업시대의 변환을 맞을 준비가 되어있는지 모르겠다.

개발자, 엔지니어, 디자이너들은 비슷한 캐리어 사이클을 걷고 있는 것 같다. 이전에는 분업화된 업무를 통해서 하나로 결합하는 과정이었다면 이제는 처음부터 통합과정을 생각하면서 프로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디자이너의 경우에 처음에는 디자인만 잘 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디자인은 물론 개발자, 엔지니어의 언어 및 마인드 그리고 스킬까지 익혀야 된다. 다시 말해 특별한 것이 일반적으로 되었지만 그 일반적인 것이 깊이까지 가지고 있어야 된다는 것이다. 즉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는 이제 영역이라는 구분이 없어지고 더 많이 배우고 익히고 만들어봐야 한다는 것이다. 처음에 나는 그래픽디자이너가 코딩을 해야 하나 생각했지만 지금은 코드를 개발자와 같이 멋지게 만들지는 못하더라도 내가 디자인한 것이 코딩을 통해 구현해야 한다면 코드를 짤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든다. (물론 무조건 억지로라도 해야겠다면 말리겠지만 말이다.)

디자이너뿐 아니라 우리는 이제 큰그림뿐아니라 그 큰그림안의 작은 그림들도 그려야하는 상황에 놓여있고 ,이제 과거의 일이 진행되었던 프로세스를 그대로 따라하는 것, 그것이 나의 영원한 무기라고 생각하는 자세를 버려야 할 것이다.
중년의 디자이너가 되어보니 내게 남은 것이 무엇이 있는가 생각해보았다. 내가 쓸 줄 아는 툴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쓸 수 있게 되었고 나의 생각과 통찰력은 과연 신선하게 유지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새로운 영역으로의 확장이 필요하지만 학습의 능력은 점점 떨어지고 있는 것 같고, 더 이상 내가 생각하던 디자인이 시대의 흐름에 역할을 할 수 있는 지도 의문이다.  이러한 두려움때문에 디자인업을 하고자 했을 때 40이 넘어서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지 못하면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있었다.

그래서 디자이너분들께 안녕하신지 물어본다. 특히  여전히 불투명한 미래에 대해서 걱정하며 하루하루를 전투적으로 살고있을 중년의 디자이너분들께. 안녕하고 건승하십시다. 모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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