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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 Hobby/movie

퍼펙트 데이즈(넷플릭스)

이미지 출처: 구글

간단하지만 간단하지가 않다.

자신의 삶에 루틴을 정하고 그 루틴을 컨트롤하며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 히라야마.

반복되는 삶이 다른 이가 보기에는 지루하고 재미없게 보이지만 주인공은 새로운 이벤트가 없는 그 상황에 안심하며 평화롭게 살아가는 것을 좋아한다. 그의 과거는 자세하게 나오지 않지만 책과 나무를 좋아하고 사진을 찍고 목욕을 하고 맨날 들리는 식당에서 식사를 하며 자기 전에 책을 보고 같은 하루라도 남겨지는 시각적 기억을 꿈으로 꾸면서 일상을 살아간다. 

그의 직업은 화장실 청소. 이 역시 새로운 변화는 없을 것이고 예상 가능한 일이라는 면에서 그의 일상과 유사하며, 그 일에 최선을 다한다. 그러다 가끔 새로운 이벤트들이 그의 일상에서 발생하는데 예를 들어 화장실 틈에 숨겨놓은 종이나, 어린 직장동료의 여자친구가 올드팝송을 우연히 듣고 감사하다고 볼에 키스를 할때, 연락이 소원해진 여동생의 딸인 조카가 갑자기 방문했을 때, 단골 스낵바의 여주인의 전남편과 이야기를 할 때 등이다. 외로움에 익숙해지고 정해진 방식으로 살아가는 데 이런 예상 못한 일들이 그의 일상을 조금씩 흔들어 놓는다. 

 

영화에서 인상적인 장면은 스낵바 여주인의 전남편이 주인공과 하는 대화에서 그림자에 그림자를 더하면 색이 더 어두워지냐는 질문이 있었다. 그러자 주인공은 실제로 그 남자와 그림자를 만들어 겹쳐보면서 조금씩은 그 색이 다르다고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과 대사들이 상당히 기억에 남았다. 그림자를 보면 짙은 어두운색이지만 그 움직임에 따라서 그 밝기가 달라진다고 하는 이야기였다.  그가 꾸는 꿈도 항상 흑백이지만 그 흑백에도 수많은 레이어가  밝기에 따라 존재해서 대상을 뚜렷히 구분할 수 있다.

이건 우리 삶에서도 적용되는 말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 움직이는 한 같은 외로움의 인생이라도 그 레어어가 다르다는 말이다.

그래서 그 외로움을 쉽게 설명할 수는 없다.

 

두 번째는 주인공의 마지막 장면이다. 생각지 않은 이벤트들이 끝나고 다시 그가 컨트롤할 수 있는 일상을 찾았는데 그가 이른 아침 일하는 곳으로 운전하면서 짓는 그의 표정이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안도의 표정인가, 외로움의 표정인가, 자신의 처지에 대한 원망의 표현인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서 만족하는 표정인가, 감사의 표현인가, 자신의 외로움을 방패로 하여 주변을 단절시킨 그가 짓던 알 수 없는 표정이 보는 내내 내 가슴을 후벼 파는 듯했다. 

그의 과거의 삶은 모른다. 영화에서 약간의 단서를 제공해주긴하지만 어떻게 이러한 삶을 살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그가 조카에게 말한 '다음번은 다음번, 지금은 지금'이란 말이 현재 그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그는 현재를 그렇게 살아간다.

다시 한번 볼만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