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ords/아저씨의 하루
발우공양
taks
2025. 11. 3. 21:22
음식 이야기란 책 중에 사찰음식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문득 생각나는 기억.
좀 나이가 있다 보니 밥을 먹는 문화도 세대차이가 있었나 본데 좀 어린 친구와 오래전에 밥을 같이 먹을 기회가 있었고 나는 밥을 다 먹고 마지막으로 다 먹은 밥그릇에 물을 부어 마셨다. 나는 별생각 없이 자연스러운 거라 생각했는데 컵사용을 당연시하고 있던 어린 친구가 어떻게 컵을 사용하지 않고 먹던 그릇에 물을 부어마시냐며 물어보던 그 얼굴이 아직도 기억난다.
시골에선 자주 그렇게 하곤했다. 개인의 컵이 주어지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아서 자기 먹던 그릇에 물을 먹는 경우가 많았다.
불교에서는 자신이 먹던 그릇을 깨끗하게 비우는 발우공양이란 것이 있다. 밥, 국, 찬, 물 이 네 가지의 그릇을 처음과 끝이 같도록 하는 불교식 식사예절이다. 거기도 음식을 다 먹으면 마지막과정으로 물로 그릇을 깨끗이 하며 그 물을 마신다.
남기지 않고 비우는 것이다. 그릇에 조금이라도 뭍었던 나의 흔적들을 하나씩 깨끗이 지우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의 식사를 준비한다.
인생의 과정같기도 하다. 비워진 것에서 채우다가 다시 비워서 다음을 준비하는 것.
먹는 것에도 배움이 있다. 지금 내가 매일 먹는 것에는 어떤 과정이 있는가.